츠보미의 키모치 217화(완결). 지금까지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간 플레이보이 2023년 1호






떠오르는 그 날


4년 반의 연재 끝에, 이 칼럼도 최종회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AV에 관해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셨던 에피소드들을 원없이 쏟아냈습니다. 팬 여러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과 감사는 충분하진 않지만 부족한 어휘력으로 최대한 전했다고 생각합니다. 고독했던 저의 여정은 팬의 존재로 인해 마음이 든든해졌습니다. 젊은 시절 바깥에서 바라보는 AV업계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요상한 매력으로 넘쳐났습니다! 우연한 계기로 이 업계에 발을 들였고, 호기심을 채울 생각으로 살짝만 맛보려고 했는데 어느새 십수년간 몸을 담궜습니다.



매일같이 너무 강한 자극을 전신으로 받아내던 나날. 작품을 봐주시는 분들의 존재를 알고, 제 일은 보람으로 바뀌었습니다. 촬영하면서 힘들었던건 추위, 더위 뿐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신이 지치는 날도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매니저가 마중 나오기 2시간전에 기상해 샤워하고 준비를 마쳐야 하는데, 어째선지 전혀 일어날 수 없었던 날. 아침 일찍부터 방바닥에서 뒹굴며 "이대로 촬영장에 가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단순히 민폐)"라고 상상했던 날. 날씨 좋은 휴일, 아침부터 짐에 갔다가 귀가하는 길. 오전의 눈부신 햇살을 쬐며 문득, "이대로 사라져버릴까나?"라며 텐션이 한껏 올라갔던 날. 돌이켜보면 AV여배우 시절에는 휴일 운동하거나, 일광욕을 할때 묘하게 나쁜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최고의 혼자 놀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촬영장에 들어가고, 본방이 시작되면 쓸데없는 생각은 버리자!라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마치 빙산에서 바다로 뛰어드는 펭귄처럼 마음이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졌습니다. 활동기간 중 힘든 일이 많았냐고 물어본다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제 와선 거의 기억나지도 않습니다. 그저 감사와 기쁨, 따뜻함만이 제 마음 속에 남아있습니다. 그건 분명 이벤트 후에 집에서 혼자 선물의 산더미에 둘러쌓여 바닥에 앉아 팬 여러분들의 편지를 읽는 제 모습이 가장 인상에 남아있기 때문이겠죠. 사실 저는 기쁘거나 격려를 받으면 자주 울음이 터지는데, 그럼에도 다른 사람 앞에서는 잘 울지 않아서 끝까지 낯만 가리다 끝났습니다.




극도의 긴장과 완화의 반복 속에서, 고통스러웠지만 즐거웠습니다. 저는 혼자 놀고있다는 감각으로 AV여배우 생활을 보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작품에 관여한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많은 것을 받았습니다. 만약 AV에 출연하지 않았다면 혼자 점토놀이 하는 것 같은 흐릿한 색의 인생을 보냈을겁니다. 저는 인생의 20대, 30대를 AV에 바쳤다고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만약 다른 길을 걸었다면 이 정도의 충족감은 얻지 못했을겁니다. 지금은 실이 툭하고 끊어진 것 같은 감각이지만, 분명 조만간 새로운 바람이 불면 다시 바람따라 흔들거리며 날아갈테죠. 그때 저는 어디에 도착하게 될까요? 다시 무언가를, 누군가에게 전해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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