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족 회고담 5화. 게이잡지 군웅할거가 시작되다

 












이토 분가쿠





장미족은 1971년 탄생이후, 만남과 자기표현의 장소를 원하는 남성동성애자의 강한 지지를 받고, 많게는 3만부까지 발행되었다. 이 숫자는 지금과 달리 출판시장이 활기찼던 때를 고려해도 상당한 숫자이다. 장미족의 상업적 성공은 70년대 이후, 후계잡지를 다수 낳았다. 구체적으로 꼽자면 74년의 아돈, 사부. 78년의 더 켄(81년에 더 게이로 개칭). 82년에 삼손, 86년에 풍만, 93년에 바디, 95년에 G맨 등이 등장했다. 현재 이런 잡지들은 상당수가 폐간, 혹은 휴간이 되었지만, 80년대 전반까지는 수많은 게이잡지들이 동시에 간행되며 처절한 영역다툼을 펼쳤다. 게이잡지의 군웅할거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을 장미족 편집장인 이토씨는 어떻게 바라봤을까?
"그야 라이벌 의식이 있었죠. 아돈이 나오기 전에, 편집부의 마미야 히로시와 함께 아돈 편집부가 있는 건물까지 갔습니다. 지금이니까 말할 수 있는데, 어떤걸 만드나 궁금해서 쓰레기통 뒤지러 갔습니다(웃음)"





참고로 아돈을 창간한 편집장 미나미 테이시로(南定四郞)는 일본 게이운동의 선구자. 그런 미나미의 인권의식이 반영되어 아돈의 지면은 점점 포르노 색깔이 사라지고, HIV 정보를 싣는등 계몽적인 성격이 강했다고 한다. "아돈은 세련된 잡지었습니다. 하지만 에로가 사라지자 인기도 떨어졌죠. 그 회사는 에로가 없는 MLMW라는 잡지도 만들었는데, 당시 게이에겐 인기가 없었습니다. 시대를 너무 앞서간걸지도 모르겠네요."






"당시 게이들이 원했던것은 좌우지간 에로였다"라고 이토는 말한다. 다소 난폭한 발언일지도 모르지만 인터넷이 없던 시절, 포르노에 대한 굶주림은 절실했다고. "우리는 에로를 중요시했습니다. 게이의 인기를 모으기위해 스포츠맨 타입의 남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동시에 마니악한 변태취미를 다루는 방향성. 이것이 편집자인 후지타 류의 고집이었습니다. 군복페티쉬, 고무장화 페티시 등 좌우지간 게이들의 취향은 다양했으니까요. 커다란 훈도시에 흥분한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잡지뿐만이 아니었다. 80년대에 들어서자, 이토는 영상컨텐츠의 제작에도 열을 올렸다. 81년에는 일본 최초의 게이비디오 "청춘체험시리즈", 82년에는 게이포르노 영화를 3편 연속으로 제작했고, 전부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비디오의 매상은 가장 많을때가 연5억엔 정도. 지방에 사는 사람이 5만~10만엔을 들고, 구입하러 오기도했습니다. 당시 비디오는 개당 1만엔정도했습니다." 게이 비디오는 불티나게 팔렸다. 물론 70년~80년대는 게이컬처뿐만 아니라 포르노 산업전체가 흥했던 시대였다. 70년대는 자판기에서 판매되는 포르노 잡지, 통칭 "자판기책"이 생활에 침투. 77년 전국의 자판기 숫자는 1만3천만대에 달했다. 80년대에 들어가자 어덜트비디오 붐이 불었고, 사람들이 엄청난 속도로 포르노 컨텐츠를 입수해나갔다. 게이잡지의 다양화, 영상컨텐츠의 등장은 이러한 어덜트 산업 활성화의 일부이기도 했다.







이토는 이렇게 말한다. "수많은 잡지가 나왔지만, 그것들이 문화를 만들었나? 라고 물어본다면 의문스럽다. 역시 잡지는 독자를 위해, 독자와 함께 문화를 만들어가는것. 장미족은 그걸 해냈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장미족에는 편집부와 독자의 끊없는 지면상의 교류가 있었고, 독자적인 분위기가 있다. 일본의 게이컬처사에 있어 친밀하고 안전한 커뮤니티 문화를 만든 의의는 크다. 하지만 후계잡지에도 수많은 특징과 공헌이 있다. 예를 들면 사부는 보다 남자답고 경파한 세계관, 삼손은 살찐 남성, 중년~고령의 남성중심. 장미족과는 다른 기호의 독자들을 획득했다. 후발주자 버디는 젊은 스탭을 적극적으로 기용해, 기존잡지의 한물간 분위기에 염증을 느끼는 젊은 게이층에게 지지를 받았다. 게이라는 한마디로 표현하기에는 기호가 너무 다양했다. 그래서 독자의 요구에 부응하려고 노력한 결과, 70년대 이후 게이미디어가 충실해진 것이었다. 장미족의 상업적 성공의 의의는 단순한 게이시장의 개척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이너리티 속의 다양성을 개화의 길로 이끈 것이다.







댓글 쓰기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