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가와 란포 이인관 1권. 원작 소설을 알고 보면 더 재밌는 만화

 





うつし世はゆめ よるの夢こそまこと



에도가와 란포 이인관(江戸川乱歩異人館)
그랜드 점프 연재작.
란포 소설의 만화판이 보고 싶어서 예전부터 관심 가졌던 만화.


작가는 야마구치 마사카즈(山口譲司).





에도가와 란포는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로 불리는 일본 미스터리 추리소설계의 거장인데, 일본 미스터리가 꽤 많이 번역되어서 들어와있는 한국인데도, 어째 이상하게 란포 작품만은 번역되어서 들어온게 별로 없음. 동서 미스터리 북스에서 외딴섬 악마, 음울한 짐승 2편. 두드림에서 에도가와 전단편집 전3권. 비룡소에서 소년탐정단 시리즈 번역중. 이게 전부 ㅋㅋㅋ 번역된 장편소설은 오로지 외딴섬 악마(孤島の鬼)뿐이다. 하긴 뭐 이 정도 작품만 (D언덕의 살인사건, 음수, 외딴섬 악마, 괴인20면상 등) 읽어도 대충 대표작은 다 읽은 셈이지만. 하지만 이외에도 꽤 재밌는 소설들이 많은데, 요근래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이 차례로 번역되는 것처럼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도 국내에 많이 소개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기왕 번역해서 들어올거면 코분샤 문고(光文社文庫)의 「에도가와 란포 전집(江戸川乱歩全集)」(전30권)을 추천한다.이게 란포 소설을 가장 많이 모아놓은 전집이다. 그리고 권말에 편집자가 입수한 생전 란포의 코멘트들도 기재되어 있어서 추천.








 
 
 






이 만화의 재미는 원작소설과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
만화는 원작에 다소 바리에이션을 넣어서 전개되는데, 제목인 이인관(異人館)처럼 각각의 이인(異人)에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각화의 타이틀은 X남, X녀라는 식으로 붙여져 있음. 개인적으로 란포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일본 추리소설의 여명기에 활약한 작가라는 점도 있지만, 소설 속에 등장하는 화자, 혹은 중요 캐릭터 = 이인들이 대부분 고등유민이라는 점. 먹고 자는데 걱정이 없는 사람들이 심심하면 어떻게 기괴한 놀이에 빠지게 되는지 잘 그려내고 있음. 진짜 별의별 유희들이 다 나오는데, 그 기괴한 상상력이 대단하긴 하다.












만화 1권에 수록된 내용은 원작 소설 <천장 위의 산책자>, <인간의자>, <D언덕의 살인사건>, <마술사>.
각각 혈남(穴男), 좌남(座男), 교남(絞男), 벽남(壁男)으로 지칭된다.
물론 아케치 코고로도 이인(異人). 하지만 이 남자는 이인 중의 이인이자 위대한 명탐정으로 묘사된다.















이인1: 구멍남(穴男) ~ 천장 위의 산책자(屋根裏の散歩者) ~



원작은 다니던 학교까지 쉬면서, 오로지 부모가 보내주는 돈으로 생활하는 청년 고다 사부로가 술, 여자를 비롯한 모든 유희를 즐겨봤지만 끝내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그렇게 지루한 나날을 보내다가 아마추어 탐정인 아케치 고고로를 만나게 된다. 이에 그는 '범죄' 에 관심을 가지고, 하나둘씩 작은 범죄의 흉내를 내기 시작한다. 그렇게 아케치와 만난지 1년 이상이 흐른 어느날, 그는 하숙집의 천장의 빈 공간에 올라가보고, 그 날부터 천장 구멍으로 하숙생들의 엿보는「천장 위의 산보」를 시작한다. 그러다 결국 천장 구멍에서 독약을 떨어뜨려, 평소 맘에 안들었던 (입 벌려 잠을 자는) 하숙생 엔도를 죽이게 된다는 이야기.



천장 위의 산책자 원작은 아케치 코고로가 등장하는 작품인데, 여기서는 에도가와 란포가 등장한다. 만화에선 작가인 에도가와 란포가 직접 등장해서 사건과 다소 관련이 되어 있고, 그는 이런 사건을 소설로 쓰는 캐릭터로 설정.










원작에 저런 변태같은 하숙생이 있었나 ㅋㅋ 싶었던 장면.
있었으면 분명 기억할텐데 조금도 기억에 없네 ㅋㅋ
결국 집에 있는 소설을 펼쳐 다시 읽어보니 저런 변태기호 관리인 및 하숙생 년은 없었음.
대개 원작과 비슷하게 전개되는데, 아케치 역할에 란포가 들어가고, 사건은 더 간략화되어서 보여진다.





 









이인2: 좌남(座男) ~ 인간의자(人間椅子) ~
역시 에도가와 란포의 기괴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유명한 단편작.
용모가 추한 의자장인인 「나」가 의자 속에 들어가서 인간 의자가 되어 규슈작가인 요시코(佳子)를 마음껏 느끼지만, 끝내는 죄악감을 못견디고 일련의 행위를 고백문으로 써 그녀에게 보내었다는게 원작 내용.



사모님 의자 안에 공간이 있습니다ㅋㅋㅋㅋ 추남은 의자안에서 규슈작가와 하나가 되어 그녀를 온 몸으로 느낀다.











만화에서는 새로운 내용을 추가.
추한 의자장인은 이미 자살했었고, 제자에게 자기의 뼈로 흔들의자를 만들어, 요시코에게 보내달라고 했다는 내용 ㅋㅋ
그렇게 해서 의자장인은 죽어서도 그녀와 함께하게 된다 ( ゚д゚) ポカーン











이인3: 아케치 코고로(明智小五郎) X 교남(絞男) ~ D언덕의 살인사건(D坂の殺人事件) ~



원작은 바로 일본 최고의 탐정인 아케치 코고로가 최초로 등장하는 작품.
아케치는 최초 등장시에는 아마추어 탐정이었고, 양복 신사의 스타일이 아닌 긴다이치 코스케 같은 서생 스타일이었음.
원작의 화자인「나」를 대신해, 만화에서는 젊은 날의 에도가와 란포가 등장한다. 원작에서는 줄무늬 유카타를 입고 등장하는데, 만화에서는 줄무늬 양복을 입고 등장한다. 또, 만화에서는 이미 완성된 스타일 = 신사 스타일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 때 아마추어 탐정이라는 설정은 원작 그대로여서, 사건현장의 경찰한테는 얘 뭔데 여기서 이러냐고 무시당함 ㅋㅋ











아케치 코고로 : 명탐정 앞에 완전범죄는 없다!!











에도가와 란포 : 아케치 코고로. 틀림없어… 그야말로 교살마였던 것이다.



원작에서도 작중 화자, 탐정기질이 있는 서생「나」(원작에선 란포따위는 안 나온다)에게 논리적인 추리를 통해 범인으로 지적받게 되는 무직 서생 아케치인데, 만화에서도 마찬가지로 란포로부터 범인으로 의심을 받게 된다.




사건의 진상 및 일부전개는 원작과 동일한데, 차이점이 있다면 아케치가 의심받게 되는 이유(추리)가 다소 다르며, 문 틈 사이로 보인 기모노의 무늬. 두 학생의 각기 다른 증언(한명은 흰색, 한명은 검은색)을 통해 혹여 줄무늬 유카타를 입고 있는 아케치가 범인이 아닌가 하고 추리하는 나의 이야기는 완전히 생략되었다. 또, 아케치가 심리학 서적인 휴고 뮌스터버그(Hugo Münsterberg)의 저서《심리학과 범죄 Psychology and Crime (1908)》에서 발췌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인간의 기억이란 별로 믿을게 못된다고 지적하는 장면도 빠져있음. 하지만 아케치가 인간 심리를 중요시하며 추리하는건 제대로 묘사되어 있고, 책장에 심리학 서적이 꽃혀있는 장면도 나온다.










아케치는 직접 비밀 SM 클럽에 가서, 마조히스트라는게 정말 존재하는지 확인해본다.

 
 
 


 
 


원작을 읽어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이번 사건의 진범인은 바로 옆집 국수가게 남편이다. 국수가게 주인은 사디스트였고, 고서점 부인은 마조히스트였다. 국수가게 부인이 남편의 성적기호를 제대로 받아들지못하던 때, 옆집인 고서점 부인이 마조인줄 한 눈에 꿰뚫어본 그는 옆집 부인과 함께 서로의 성적기호를 만족시켜주는 간통을 저지르고, SM 플레이가 너무 격해진 나머지 교살에 이르게 되었던 것. 결국 살인사건이 아니라 사고였다.




D언덕의 살인사건 원작은 아래와 같은 요소로 이루어지는데, 난 이것만 봐도 바로 정답이 나오더라.





1. 고서점 주인의 부인이 서점 내에서 목이 졸려 교살 당한다. 부인에게 저항한 흔적은 없다. 면식범의 소행인듯.
2. 살해당한 부인의 남편인 서점 주인은 그 시간 야시장에서 고서를 팔고 있었다.
3. 동네 아주머니들의 소문에 의하면, 고서점 부인과 국수가게 부인은 모두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 책가게 아주머니는 그렇게 예쁘지만 온 몸이 상처 투성이야. 부부사이가 나쁘지도 않은 모양인데 정말 이상해." "옆집 국수가게 아주머니도 그렇더구나. 그 아줌마도 매를 맞은 자국일거야."
















벽남 : 나는 자네의 지혜가 두렵다네. 아케치 코고로. (그래서 방해하지 말라고 납치했음.)




이인4: 아케치 코고로 X 벽남(壁男) ~마술사(魔術師)~



원작인 마술사(魔術師)는 1930년에 발표한 장편추리소설.
아케치 코고로가 등장하는 에도가와 란포의 장편작. 그리고 훗날 아케치의 아내가 되는 후미요(文代)의 등장작품. 이 시점에서는 이미 아케치 코고로는 완벽한 신사 스타일을 구축했으며, 명탐정의 대우를 받고 있다. 장편소설이라서 그런지 3화 분량을 때려박았는데도 완결이 안남. 2권으로 이어지는 에피소드랄까 이 에피는 제대로 만화화하면 1권 분량은 나오지 않을까.




도적단의 리더 마술사에게 납치당하게 되는 아케치.ㅋㅋㅋ
훗날의 소년탐정단 시리즈에서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 그때쯤 되면 작중에서 아케치는 거의 만능 탐정임 ㅋㅋㅋ














고스로리 처녀 후미요 귀엽다
나중에 얘랑 아케치가 결혼하게 되는데, 너무 어리게 그린거 아닌가요 ㅋㅋ 이거 뭐 로리 키잡하게 될 판이네.






원작을 읽은 에피소드랑 모르는 에피소드랑 재미가 확연히 다르다.
역시 원작을 알고 있는 편이 원작과 차이점이 뭔지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고, 새로운 요소가 뭐가 들어가 있는지, 그리고 원작 장면을 떠올리면서 그걸 어떻게 작가가 그림으로 나타냈는지 내 머릿속 그림과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음. 그림체도 상당히 란포 작품에 어울리고, 뒤로 가면 갈수록 아케치의 숙적(笑)인 괴인20면상(怪人二十面相)도 나오고, 원작 속, 그의 부하들도 나오면서 상당히 흥미진진해지고 있다. 일본 최고의 탐정 아케치 코고로를 접할 수 있는 만화. 지만 작품 테마인 이인의 기괴환상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물론 소설 모르고 봐도 되는 작품이긴 하지만, 알고 보는 편이 훨씬 더 재밌는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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