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이조 2020년 9월호
단순한 고백책에서 문학으로.
지금까지 자전적 작품 혹은 고백책의 테이스트였던 av여배우 소설. 하지만 점점 본격파 소설로 진화하고 있다. 현재 작가로서의 지위를 확립하고 있는 사쿠라 마나의 성공례로부터 av여배우 소설의 문학적 가치에 대해 살펴보자.
av여배우가 쓴 소설. 그 금자탑은 역시 이이지마 아이(飯島愛)의 "플라토닉 섹스"다. 강간, 학대, 시너, 원조교제, 성형, 중절 등 엄청난 실체험과 av출연에 대해 적나라하게 쓴 작품이다. 당시 이미 인기연예인으로서 일반 미디어에 다수 출연하고 있었던 그녀의 센세이셔널한 고백책은 170만부를 돌파해 베스트 셀러가 됐다. 그외에도 av탑여배우 미히로가 av데뷔까지의 수많은 갈등을 소설로 쓴 nude가 만화화, 영화화 되기도 했다. 보다시피 최근엔 av여배우가 소설을 쓰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하지만 av여배우가 작가로 데뷔해도, 그 활동은 대부분 오래가지 못한다. 물론 관능소설이 아니라 "실화기담 시리즈"를 통해 괴담작가로 활약하고 있는 카와나 마리코(川奈まり子), 은퇴후에 자전소설 "모든것은 알몸이 된다로부터 시작한다"를 발매하고 그 후에 에세이, 소설들을 계속 발표하고 있는 모리시타 쿠루미(森下くるみ) 등 테마를 바꿔 계속 집필활동을 이어가는 전직 av여배우도 있다. 그래도 대부분의 전직 av여배우는 자서전, 사소설 한권으로 끝난다. 그 작품에 적혀있는것은 카메라에는 찍히지 않는 av촬영의 내막, 지금까지의 괴로운 반생, 특이한 직업을 바라보는 세상의 따가운 눈초리. 인기 av여배우의 알려지지 않은 측면을 엿볼 수 있기에 수요가 많지만, 자신의 실체험에 의존하는 수법은 여러번 써먹을 수 없다. 애시당초 그녀들의 지명도에 의존한 소설이다. 이러한 작품은 대개 폭로책, 고백책으로 분류되는데, 작품성 보다는 화제성이 중시된다. 그렇기에 문학으로 평가받는 일은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출판사에서 문예작품을 담당하는 편집자 A씨는 av여배우의 작품이 최근 새로운 수요를 창출했다고 말한다.
"옛날에 비해 av여배우가 일반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남성들이 av촬영장 뒷이야기를 알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av업계에 여성감독도 많아졌고, 여성팬도 많아졌습니다. av여배우라는 성관련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 동성으로서 관심을 갖기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죠. 토다 마코토(戸田真琴)씨가 페미니즘에 대해 글이 화제가 되는 등, 확실히 그녀들만이 쓸 수 있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실제로 만화 아라사짱으로 유명해진 미네 나유카처럼 소설 이외의 서적으로 주목받은 전직 av여배우도 있습니다. "
av제작현장이라는 남성성이 강한 세계에서 살며, 끝없이 여성으로 소비되는 av여배우의 발언이 지금 힘을 받고있다. 하지만 그 발언방법이 소설이라, 작가의 개인적인 기술, 표현력에 상당히 의존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소설을 쓸 수 있는가 없는가는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나로 판가름 납니다. 모든 소설가는 픽션에 자신의 체험을 어떠한 형태로든 집어넣습니다. 자신의 체험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 이야기로 전개해나가는가. 창조력에 필요한 것은 독서량입니다. 예를 들면 마타요시 나오키씨도 불꽃에 개그맨으로서의 실체험을 많이 넣었지만, 그 뒤에는 다른 테마로 두작품을 더 썼습니다. 책을 좋아한다고 공언하고 항상 책을 읽었던 그였기에 자신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를 뛰어넘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갈 수 있었던 겁니다."
AV여배우를 은퇴하고 지난 3월에 자서전 "단체여배우~av에 바친 16년~"를 발매한 요시자와 아키호씨도 소설을 쓰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느꼈다고 웹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녀는 소설집필을 목표로 설정하고 작가 신도 후유키에게 가르침을 받았다고 한다. 소설 하나를 쓰는데 무려 7년이 걸렸다고. 하지만 중간에 도저히 글이 써지지않아, 이번엔 소설이 아니라 자서전의 형태로 발매하게 됐다고 한다. 지금 중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일본인이 누구냐고 물어보면 아오이 소라(蒼井そら)라고 답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반생을 쓴 "까놓고 아오이 소라", 에세이집 "하늘모양" 등을 출판했다. 드디어 그녀가 소설을 쓰나 싶었는데, 올해 6월에 발매된것은 픽션작품 "밤이 밝아지면 아오이 소라". 아오이 소라를 모델로 작가 후지와라 아키(藤原亜姫)가 쓴 소설이었다.
사쿠라 마나의 등장이 AV여배우 소설을 바꿨다
자서전의 영역을 뛰어넘지 못하는 av여배우 소설의 이미지. 지금 이 이미지를 바꾸려는 존재가 나타났다. 바로 사쿠라 마나이다. 2012년 데뷔이후 단숨에 탑여배우로 올라가, SOD대상, 스카파 어덜트 방송대상등 수많은 상을 싹쓸이했다. 그런 그녀가 인기절정인 현역 시절에서 발표한 소설이 있다. AV업계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모습을 그린 첫 소설 "최저(더 로우라이프)"이다. 대부분의 av여배우가 은퇴후 소설을 쓰는 가운데, 사쿠라 마나는 소설 이외에의 곳에서도 많은 글을 쓰고, 버라이어티 방송 출연, 뉴스 코멘테이터로서 활동하는 등 이색적인 존재다. 카도카와에서 데뷔작 "최저"와 2번째 작품 "데코보코"를 담당한 다빈치 편집부의 카와도 타카오씨는 사쿠라 마나와 만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에게서 작가로서의 재미를 느꼈다고 한다.
"처음에 만난것은 웹판 다빈치 뉴스의 취재였습니다. 그때 사쿠라씨는 토요타가 운영하는 사이트 gazoo.com에서 연재하며, 에세이도 쓰고 있었죠. 책을 좋아하는 분이라 저희 취재에도 기쁘게 응했습니다. 바로 소설집필에 관심있습니까?라고 물어봤죠. 그때 그녀가 입원중에 쓰기 시작했던 소설을 보여줬습니다. 저는 그걸 읽고 사쿠라바 이츠키, 후지노 카오리, 카와카미 미에코 같은 여성작가들의 작풍을 느꼈습니다. 실제로 그녀는 바쁜 본업 와중에 틈틈히 엄청난 양의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강한 엔진을 목격하고, 훗날 작가로 날아오르지 않을까 예감했습니다."
그녀와 함께 작품을 만드는 와중에 흔히 말하는 연예인책과는 획을 달리하는 재능을 봤다고 한다.
"사쿠라씨는 계속 문장을 쓰고, 스스로 테마를 찾을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av여배우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연예인은 글을 써야하는 필연성을 찾지 못해, 남이 과제를 부여하지 않으면 글을 안쓰는 사람이 많습니다. 에세이는 자신의 시점으로만 써도 되지만, 소설은 재미가 있어야합니다. 실제로 최저의 부수는 5만부에 불과해 폭발적으로 팔리진 않았지만 영화화도 되었고, 재미를 느끼는 사람도 꽤 있었습니다. 실제로 사쿠라 마나를 모르지만, 재밌었다는 사람이 많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한 자서전, 에세이를 쓰는건 쉽지만, 스토리가 있는 소설을 쓰는건 쉬운일이 아니다. 이런점에서 볼때 원래부터 책을 좋아하고, 스스로 테마를 찾아가는 글쓰기를 할 수 있는 그녀는 av업계에서도 드문 존재일 것이다. 고령자의 성애를 그린 3번째 작품 "봄은 죽지 않는다"를 담당한 고단샤 군상 편집부의 스다 미온씨도 사쿠라 마나의 작가성을 높이 평가하며 집필을 의뢰했다.
"저는 av여배우 사쿠라 마나가 아니라 작가 사쿠라 마나에게 의뢰했습니다. 대담 이벤트에 출연을 요청했을때도 저는 그녀의 이름 정도만 알았습니다. 만나기 전에 최저를 읽고 멋진 작품이라 생각하고 함께 일하고 싶어 군상에서 소설을 써달라고 의뢰했습니다."
AV여배우가 아닌 작가로 평가받는다는 것.
화제성이 아니라 작가로 평가받아 AV여배우 소설의 혁명을 일으킨 사쿠라 마나. 하지만 아직도 그녀의 작품에는 "av여배우가 쓴 소설"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지금은 마타요시 나오키를 보고 "개그맨 주제에"라고 야유하는 사람이 적지만, 그가 "불꽃"으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던 당시에는 그의 작품보단 직업에 대한 화제가 우선되었다.
"마타요시씨는 다자이 오사무를 좋아한다고 공언했고, 공사 모두에서 책과 관련된 활동을 많이 해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을 집필한다고 했을때도 진심이구나라는 반응이 있었죠. 무엇보다 소설 자체가 재밌었습니다. 사쿠라 마나씨도 영향을 받은 작가에 대한 리스펙트가 굉장한 분입니다. 문학 오타쿠라고 생각했죠(웃음) 인터뷰에서 사쿠라바 카즈키씨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했었고, 사쿠라바씨와 그 팬분들이 사쿠라씨의 작품을 읽고 많은 반응 보여주셨습니다. 스미노 요루(住野よる)씨와의 대담도 여러번 가졌습니다. 상대 작가들도 사쿠라 마나씨를 보고 창작 자극을 받는 경우도 꽤 있었습니다."
최근 다른 업계인들의 유입이 많은 출판업계. 그렇기에 전문작가들도 간판에 관계없이 작품만 보고 평가한다. 연예인, 아이돌이 쓴 소설이 당연해졌지만, av여배우 작품이 사소설이 아니라 하나의 작품으로 평가받는 날이 올 것인가.
"오로지 av여배우만 쓸 수 있는 세계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역시 소설은 개인의 자질이 중요합니다. 최근 수년간 본업을 하면서 여러소설을 출판한 연예인은 마타요시, 사쿠라씨 두사람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특례중의 특례라고 생각하지만 그렇기에 사쿠라 마나씨가 마타요시씨처럼 아쿠타가와상 같은 문학상을 수상한다면 새로운 시대가 열리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점점 수요가 높아지는 AV여배우의 성이야기.
지금 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에서도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일본의 AV여배우. 젠더, 페미니즘이 사회의 중요 테마가 된 지금 수많은 표현방식으로 활약할 장소를 넓혀가고 있다. av여배우 소설이 붐인 또 다른 이유는 작금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는 성 토론 때문이다. 작년 계간문예지 문예 가을호에 실린 "한국, 페미니즘, 일본"이란 특집이 화제를 불러일으켜 17년만에 중판, 판매부수 14000부를 기록했다. 출판업계에 매우 밝은 뉴스였다. 대부분의 독자가 여성이었고, sns로 입소문을 탔기에 많이 팔린 것이다.
"최근 여성작가의 성, 생식 관련 테마의 소설이 많아졌습니다. 출산율이 떨어지고, 가부장제, 결혼의 개념이 붕괴하고 있는 상황을 여성작가들이 민감하게 느낀게 아닐까요. 그리고 소설로 표현한 것일지도. 소설을 의뢰할때는 sns로 어떤 발언을 하는가를 체크하는데, 기본적으로는 과거 작품, 잡담에서 어떤 문장을 썼는지 가장 많이 체크합니다. 블로그 같은 곳에서 정리된 문장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경우 그걸 보고 의뢰하기도 합니다. 지금은 av여배우 분들이 이러한 형식으로 문장으로 발표하는 경우가 많아졌기에 그걸 계기로 의뢰하는 일이 많아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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